2009년 1월 13일 화요일

투신자살소원

투신자살소원


저는 지금 다리 앞에 와 있습니다.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.

왜냐고요? 이젠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.

그래서 이렇게 가슴에 손을 얹고 옛 일을 기억해 봅니다.


 저는 그이와 함께 행복했습니다. 흔히 말하는 사랑의 도피였죠.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행복했습니다.

 부모님의 반대도, 친구들의 걱정도, 우리들의 불안도 그 행복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지요. 그 어느날, 저희는 한 점집에 들어갔습니다.

돋보기 안경 너머로 저를 쳐다보던 점쟁이는 얼굴을 찡그렸습니다.

“자네들, 인연이 아니구만! 삼세의 연을 다시 뛰어도, 자네들은 인연이 아니야! 불행해 질 인연이니 어서 빨리 헤어지는게 좋을걸세!”

 아아, 내 로미오.

 왜 이리도 세상은 우리를 핍박하는 것일까요.

저희는 백년해로 할 운명이라구요!

 그도 점쟁이의 점괘를 듣고는 점쟁이를 몰아세웠습니다. 점쟁이는 안색이 변했다가 곧 침착해졌습니다.

“그렇다면, 내 이번 복채는 받지 않겠네. 그래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못할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인데...”

 점쟁이는 도리어 안쓰러운듯한 눈길을 저희에게 보냈스빈다.

 웃기지 마.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데?

 우리는 그렇게 또 많은 날들을 보냈습니다.

 그는 저와, 드디어 조촐한 결혼식을 했습니다. 부모님의 반대도, 사회의 시선도 무릅쓴 우리는 조그만 달방에서지만 작은 행복을 손에 넣었습니다.

 작은 행복을 감싸고 지켰고, 새로운 행복이 제 뱃속에서 태어났습니다.


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요. 그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.

아, 사랑하는 그대여.

 저는 영안실의 차가운 그의 앞에서 눈물흘렸습니다. 그 점쟁이가 얼마나 얼마나 원망스럽던지.

 백년해로. 그 달콤한 영원의 사랑은 그렇게 졌습니다.


 아니, 그렇지 않네요. 앞으로 한발짝을 더 디디면,

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저희는, 백년해로할 것입니다.


투신자살소원: 혹은 입수소원, 시이나 링고(혹은 동경사변)의 노래에서 유래한 제목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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